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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사진 지우면 추억도 사라질까 걱정된다면... '디지털 저장강박증'

by 포근해 2022.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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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에 가득한 사진이나 문서들 속에서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헤맨 적이 있는가?

지우려고 폴더를 열었지만 언젠가 다시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우지 못하고 닫아버린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혹시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아닐까 생각해 보자.

 

오늘 자 헬스조선 기사를 보면 핸드폰 사진 못 지우는 것도 병이라면서 이걸 디지털 저장강박증이라고 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강박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경중(重)의 차이가 있을 뿐.

생각해 보니 나 역시 강박증이 없지 않아서 사진이든 문서든, 대화 내용이든 좀 중요하다 싶은 것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뿐만 아니라 USB나 외장하드에 다시 저장하고 이것도 안심이 안되면 네이버나 구글 클라우드에 다시 저장하고, 심지어 일정 앱이나 노트 앱까지 동원해서 저장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자료를 어디에 넣어 놨는지 헛갈리고 같은 자료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부작용(?)에 시달린다.

언제 날 잡아 이걸 깔끔하게 정리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쌓인 양이 적지 않다 보니 외면하다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결국 또 손을 못 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왜 이럴까? 나도 이런 나의 행동이 궁금하다.)

 

기사에서는 이를 디지털 저장강박증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사진과 파일, SNS 대화 내용 등의 데이터 자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저장해두는 강박 증상을 말한다.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늘고 있어 최근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기사에 의하면 서울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소영 교수는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디지털 데이터 등을 지움으로써 가치가 지워진다고 느끼고, 특히 사진은 추억이나 기억 등이 같이 사라진다고 여겨 더 지우지 못한다고 했다. 또 언젠가 그 데이터를 다시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에 지우지 못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평소 불안함과 우울감이 높다면 디지털 저장강박증에 걸릴 확률도 높다고 전했다.

 

나의 경우는 이것과는 좀 다른 경우이지만...

큰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 갈 때 신었던 신발, 수술이 잘되어 퇴원할 때도 그 신발을 신고 나왔기 때문에 낡아 헤어졌음에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사진으로 보관하고 신발을 처리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신발 사진을 보면 난감하고 아팠던 기억과 고마웠던 사람들 그리고 회복되어 기뻤던 순간까지 같이 살아난다. 그래서 그 신발 사진은 핸드폰과 외장하드에 동시에 보관되어 있다.

오래 기억하려고...

 

 

Image by Mediamodifier from Pixabay, Image by Gustavo Ferreira Gustavo from Pixabay

 

디지털 저장강박증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문서를 삭제하지 못해 업무의 지연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 문서 저장과 관련해서는 다른 시각에서 말해보려 한다.

쓸데가 있든 없든 모든 문서를 보관하고 있었지만 정작 필요할 때 관련 문서를 찾지 못하거나 찾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면 이건 디지털 저장강박증의 좋지 않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지적하고 싶다. 지우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도 문제일 수 있다는 것.

취미처럼 가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폴더를 뒤져서 오래되거나 필요 없다 생각되는 자료들을 지우곤 하는데 가끔 후회할 일이 생긴다. '~ 그 때 그 자료를 지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면서.

언젠가 친구와 이메일 저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날도 오래된 이메일인데 갑자기 확인해야 할 일이 생겨서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흔적도 없이 싹 지워버려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그 친구는 나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지우지 않아. 그냥 다 보관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메일이 쌓여 있으면, 잔뜩 먹어 소화 안 되는 불룩 나온 배처럼 생각되어 계속 지우고, 친구는 저장용량에 지장이 없다면 굳이 그걸 왜 지워.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는데...”라고 말한다.

이건 어떤 증상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개인 성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사에서는 디지털 저장강박증저장강박증의 일종이라고 했다.

저장강박증은 물건의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버리지 못하고 저장하는 것으로 노인층이 젊은 층보다 3배가량 많지만,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디지털 기기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메일을 지우지 않고 모아두기만 하는 그 친구는 디지털 저장강박증’ 일지는 모르겠지만, 집안 곳곳을 다니며 작은 쓰레기까지도 수시로 버리는 걸로 봐서는 저장강박증은 아닌 것 같다.

 

디지털 저장강박증은 아직 의학적인 진단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손쉽게 증상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우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느냐 아니냐로 알 수 있는데, 단순히 지우기 귀찮아서 삭제하고 있지 않다면, 즉 언제든 마음먹고 데이터를 지울 수 있다면 그건 디지털 저장강박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증상을 없애려면 어떡해야 할까? 기사에서는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는데 쉽게 말해 '삭제하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 내용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데이터(꼭 필요하지 않은 데이터들 포함)를 모두 품고 있는 것은 병이라 할 수 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혹은 소중한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보관하는 것까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시 말해 디지털 데이터의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지금, 스스로를 디지털 저장강박증으로 의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은 이런 데이터들,  삭제하기는 망설여지고,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애매한 자료들별도 USB나 외장하드에 따로 보관하자. 그리고 매일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 매일 사용하는 PC나 노트북에서는 삭제하기를 권한다.

그러면 일단 삭제하는 습관을 길들일 수 있고,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놨기 때문에 언제든 열어볼 수 있으니 불안증도 해소할 수 있다.

지우고, 버리면 좀 더 세상을 가볍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참고]
o 핸드폰 ‘사진’ 못 지우는 것도 병 ‘디지털 저장강박증’ [헬스컷], 헬스조선, 강수연 기자, 2022.07.19.
o 혹시 내가 확인 강박증,, 저장강박증? 강박증 테스트로 점검하세요, 신문사 힐팁,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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